‘주성치’는 하나의 장르다. <도성>, <도협>, <도학위룡>, <무장원 소걸아>, <녹정기>, <서유기_월광보합, 선리기연>, <희극지왕>, <식식>, <소림축구> 등 얼핏 생각나는 그의 대표작들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많은 작품을 찍은 것도 대단하지만 단순히 대표작들이 많기 때문에 장르라고 이야기한 것은 아니다. 그의 작품에는 그만의 색이 들어가 있다. 다소 유치하고 어이없게 웃음 짓게 하는 부분이 있어 처음에는 외면당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었다. 지금도 그의 영화들은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편이긴 하지만 ‘주성치’에 대한 면역이 더 없었던 시절에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었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그만의 색을 꾸준히 유지하며 다듬어갔다. 그런 그의 노력 덕분이었을까 그의 영화를 인정해주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고 매니아층 위주로 구성되어 있던 그의 팬들은 대중화 되어갔다. 그의 그런 커리어에 정점을 찍은 작품이 있었으니 2005년 개봉한 <쿵푸허슬>이다.
<쿵푸허슬>은 직전 작품이었던 <소림축구>로 인하여 헐리우드 투자자들에게 단박에 주목을 받아 그들의 투자로 제작한 영화다. 그래서 이전 작품들에 비해 보다 세련된 영상미와 글로벌한 시나리오, 뛰어난 CG가 가미되었다. 그렇다고 그의 색을 잃었다면 의미가 없었을 터. 투자로 인한 기술적 향상과 함께 그만의 해학과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여전했다. 이 영화는 결국 역대 홍콩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고, 미국 전역 1,500여개의 상영관에 걸린 홍콩영화가 되었다. 13년이나 지난 작품이지만 지금 보더라도 영상미나 CG 그리고 스토리라인이 전혀 진부하지가 않아 흥미진진하게 즐길 수 있다. 지금까지 몇 번을 반복해서 보았지만 지금도 혹여 채널을 돌리다가 이 영화가 나오면 또 빠져서 보게 된다.
1940년대 중국 상하이, 난세를 틈타 어둠의 세력을 평정한 도끼파가 기승을 부리던 시절이었다. 하층민이 모여살고 있는 돼지촌은 너무 가난해 도끼파의 손길이 닿지 않고 있었고 그것을 알고 있는 소심한 건달 싱(주성치)이 도끼파 일원이라고 사칭하며 흘러들어왔다. 돼지촌을 접수해 도끼파 보스의 눈에 띄고 싶었던 싱의 이런 행동은 결국 도끼파와 돼지촌의 전면대결로 이어지고, 놀랍게도 강호를 떠나 돼지촌에 숨어 있었던 강호의 고수들이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고수들의 등장으로 위기를 느낀 도끼파는 결국 불러내선 안 될 존재인 강호 최강의 킬러고수 화운사신까지 끌어들이게 되는데...
이 영화는 조금 더 정제된 ‘주성치’의 색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이 영화를 보고 흥미를 느꼈다면 이제 본격적인 주성치 월드에 빠져들 준비를 마친 것이다. 한 번 빠져들면 나올 수 없다는 그곳으로 말이다.
다만 근래 그를 볼 수 없음이 아쉽다. 오늘도 <쿵푸허슬>을 보며 그 아쉬움을 달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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